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경기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쿨러닝’(1993년 작)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나서기 위한 도전 실화를 코믹하면서도 잔잔한 스포츠 드라마로 그려 큰 인기를 모았다.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도전이 화제가 된 것은 자메이카가 일년 내내 눈을 볼 수 없는 열대 기후 국가라서다.
사실 동계스포츠는 전세계인이 즐기기엔 환경적인 제약이 많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적도 지방이나 아프리카에서는 얼음은 물론 눈을 접하기 어렵다. 동계 종목과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기후다.
연 평균 20도 이상의 열대 기후 국가에서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필리핀이었다.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1972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필리핀 알파인 스키 선수 벤 나나스카, 후안 시프리아노가 최초다. 적도 국가는 아니지만 국토 대부분이 열대·건조 기후권인 멕시코 봅슬레이팀이 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두 번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기록이 있다. 또 볼리비아 알파인 스키대표 르네 파윅이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나서기도 했다.
1980년 뉴욕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는 코스타리카의 알파인 스키 선수 아르투로 킨치가 출전했다. 킨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49살의 나이로 출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적도 인근 국가들의 도전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캘거리 대회에는 자메이카 뿐 아니라 코스타리카, 피지, 괌, 과테말라, 안틸레스,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 등이 출전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의 동계올림픽 출전은 저조하다. 날씨 뿐 아니라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동계스포츠의 특성상 ‘벽’이 존재한다. 1984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14회 대회에서야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세네갈이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 때 출전한 라미네 기예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스키선수로 기록됐다. 2000년 이전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아프리카 국가는 세네갈과 케냐 뿐이고,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8개 나라만이 동계올림픽을 경험했다.

샤니 데이비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변이 약한 탓에 동계올림픽에서 아직 열대 국가, 아프리카 선수의 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출전한 봅슬레이 2인승의 보네타 플라워스가 흑인 최초의 메달,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자 1000m 금메달, 남자 1500m 은메달을 딴 샤니 데이비스가 흑인 개인 종목 최초의 메달을 땄지만 모두 미국 선수였다.
BBC는 16일 “아프리카의 선수들이 평창에서 역사를 쓴다”는 기사에서 가나의 남자 스켈레톤 아크와시 프림퐁, 나이지리아의 스켈레톤 여자 대표 시미델레 아데아그보,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세운 아디군, 응고지 온우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가 평창행 티켓을 따낸 소식을 전했다. 케냐에서 태어나 스키 강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19살의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도 케냐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평창올림픽에는 이밖에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마다가스카르, 토고(16일 기준) 등 아프리카, 적도 인근 국가 등이 참가한다.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에콰도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이번이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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