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사부작사부작] 그들은 도쿄올림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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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8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여자 남북 단일팀

누군가 이들이 메달을 기적이라 하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압축된 땀과 노력 가득

주장 김현희 선수에게 셀카를 부탁했습니다. 주장이 카메라를 들자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 이미 이 앵글이 익숙한 듯 합니다. 선수들 옆에 남북 선수단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이대로 못 가십니다. 금메달 회식하고 가셔야합니다!”단 20일의 연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은 하루가 열흘 같았다고 말합니다. 정해진 연습 외엔 미디어미팅도, 별도의 전략회의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이들의 메달을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단합과 땀과 노력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검게 그을린 단일팀 선수들의 팔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뜨겁게 20일을 보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및 조정 남북 단일팀 미디어데이에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입니다. 이때만 해도 서로 어색함이 보입니다. 공동취재사진

200미터 경기 시작전 선수들이 함께 몸을 풀고 있습니다. 단일팀 이야기는 아니지만 카누 카약 북한선수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손에 있는 작은 기계에서는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블랙핑크의 노래를 들으며 조깅을 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이날 용선 위 뿐만이 아니라 관중석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북한 선수단들과 교민들이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며 단일팀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대신 구호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꼬~레, 꼬레아”였습니다.

남쪽 주장 김현희(왼쪽)와 북쪽 주장 도명숙(오른쪽)이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및 조정 남북 단일팀 미디어데이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공동취재사진

남쪽 주장 김현희와 북쪽 주장 도명숙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손을 꼭 잡으며 웃고 있습니다.

31일 오후 충주시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및 조정 남북 단일팀 미디어데이에서 남북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다. 공동취재사진

저의 마음을 울린 한 마디는 최유슬 선수(맨 오른쪽)에 스쳐지나가는 말이었습니다. “진짜 경기 끝내기 싫다”라며 눈물을 닦는 최유슬 선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 했습니다.

단일팀 관계자과 단일팀 막내 리향 선수가 서로 손을 잡으며 축하인사를 건넵니다. 단일팀 막내이자 키잡이인 리향(왼쪽 둘째)선수는 올해로 16살입니다. 카누 용선 단일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용선이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던 리향은 이번 금메달에서 키잡이 몫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단일팀 유일의 청일점인 현재찬은 20일 동안 리향을 번듯한 키잡이로 키워낸 이번 금메달의 숨은 공신입니다.

“저…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습니다.” 금메달 기념 기자회견에서 무엇이 제일 먼저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남쪽 조민지(윗줄 왼쪽 둘째)의 답변입니다. 저 한 마디에 너나할거없이 ‘빵’ 터졌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들에게 한 외신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용선은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카누에도 단일팀으로 나올 의향이 있느냐”

“두말할 것 없이 예스”_남쪽 한재찬

“말씀드리겠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_북쪽 허수정

20일의 연습을 뛰어넘어 이들의 여정이 2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팔렘방/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사원문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8595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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